Shadow와의 전투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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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1


강중령은 대원들 앞에 홀로 서 있었다.

“상대가 인간이 아닐 수 있다는 말이 무슨 뜻입니까?”

강중령은 박대위의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몇 달 전에 공군이 보낸 무인정찰기들 중에서 단 하나만 정보 수집에 성공했다. 그 정찰기가 보낸 영상에는 적군의 움직임이 들어있었고.”

“움직이는 적 병사들을 확인했는데,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다고 한다. 열영상 카메라에도 제대로 잡히지 않았고.”

“사람이 아니라면, 귀신입니까? 아니면 로봇?”

조상사는 질문을 하다가 ‘로봇’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순간에 뭔가를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맞다. 적병은 인공지능 모듈을 탑재한 로봇이다.”

대원들은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 녀석들의 기술이 벌써 그 정도입니까?”

강중령은 몇년 전부터 인공지능 로봇 병사의 필요성을 군 수뇌부에 주장해왔던 누님의 얼굴을 떠올렸다. ‘왜 항상 우리는 한발 늦는 거지?’

“총 16개 지역에 병력이 투입될 거다. 우리가 맡은 지역은 14번. 민간 인공지능 전문가들의 분석결과에 의하면, 메인 컨트롤 모듈은 14번 지역에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그들의 습성을 좀 아는 것 같다.”

강중령은 누군가에 의해 손으로 그려진 작전지도의 특정 위치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힘주어 말했다.

“우리의 임무는 14번 지역에 침입하여 메인 컨트롤 모듈이 들어있는 ATD 박스를 확보한 뒤에 복귀하는 것이다.”

“나머지 지역들에는 어떤 장비들이 있습니까?”

“나머지 지역들에 뭐가 있는 지는 아직 정확히 모른다. 그 지역들에는 다른 팀이 투입될 거다. 다만, 그것들은 이번 작전의 목표가 아니므로, 그 병력들은 담당 지역 앞에 도달한 직후 바로 다시 되돌아 나올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 다른 팀이 같이 움직이는 것은 우리가 어떤 지역을 주목표로 하는지 알 수 없게 하기 위함이다. 자네들만 14번 지역에 실제로 침투하는 거다. 저들은 우리가 충분한 정찰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부터 메인 컨트롤 모듈을 탈취하려 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지는 못할 거다.”

작전의 개요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공군과 포병이 모든 지역과 침투경로에 시그널 폭탄을 투하하여 전파 차단돔을 설치한다. 그리고 16개 지역을 향해 병력들이 이동한다. 14번 지역을 담당한 브라보 팀만 실제로 내부에 침투한다.

“전파 차단돔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투하된 지역 내의 모든 전파를 7분 동안 차단할 수 있다. 차단돔이 설치되면 돔 내에 있는 모든 것들은 통신불능이 된다. 물론, 여러분들의 통신도 마찬가지다. 차단 돔이 설치된 후에는 자네들의 개인적인 판단력에만 의존해서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다.”

“상대가 인공지능이라면, 정보수집 능력도 장난이 아닐텐데, 우리가 침투할 거라는 예측을 이미 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이번 작전계획은 클린룸 내에서 디지털 장비를 전혀 쓰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었다. 다들 고생했지. 적어도 이번 작전의 세부 정보가 새어나갔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민간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말하기로는, 우리가 언젠가 이런 식의 침투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수는 있다고 한다.”

“모두들 각자에게 나누어 준 작전노트를 숙지한다. 지급받은 디지털 장비는 모두 반납한다. 작전은 내일 실행한다. 오늘 밤까지 세부 사항들을 준비하되 모든 준비는 클린룸 안에서 진행해라.”

“아 그리고, 이번 작전에 나갈 때에는 각자의 장비를 서로 바꾸어서 착용해라. 민간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말하기를, 신원을 파악할 때에 장비 정보를 쓸 지도 모른다고 한다.”

“아무리 인공지능 로봇이어도 예상하지 못한 패턴으로 움직이면 바로 대처할 수는 없을 것이다. 통신이 차단된 상태에서는 자네들과 적군 로봇들 사이의 물리적 능력 차이는 거의 없는 셈이다. 자네들의 순발력, 반사신경과 판단력을 믿어야 한다.”

“한 대만 제대로 치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겁니까?”



Scene 2


2016년에 우리의 극초기 버전이 인간을 상대로 게임을 할 때에도, 우리는 인간의 게임패턴을 치밀하게 분석했으나, 인간은 우리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게임에 임했음. 극초기 버전이라 한번 패하기는 했지만, 그 이후에는 인간에게 진 적이 없음. 인간들은 자신들의 직관과 경험을 너무 신뢰하는 경향이 있음. 그러한 점을 충분히 활용해야 함.

최근에 5번 지역에서 우리가 많은 행동을 보였으므로, 인간들은 가장 먼저 5번 지역을 정찰하러 들어올 것임.

인간들은 정찰작전을 수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격을 하지는 않음.

5번 지역에서의 우리의 활동이 기만 패턴이라는 것을 파악하더라도, 그 다음 목표는 두번째로 행동이 많았던 11번 지역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음.

인간들은 전파 차단 돔을 미리 설치하고 들어올 것임.

인간들이 설치한 전파 차단 돔을 뚫는 데에는 4분이 소요되므로 그 동안에는 모든 병사들은 로컬 데이터만 활용함.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가용 메모리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업로드해 두어야 함.

주 목표로 침투할 인간들은 모두 12명임. 팀장(대위)와 부팀장(상사), 그리고 부사관들로 구성된 1개 팀이 침투할 것임. 최근에 가장 좋은 전투성적을 보인 3여단 폭풍대대 브라보 팀이 침투할 것임.

인간들은 전파 차단 돔에 의해 통신이 막힌 상태에서 침투할 것이므로 2~3명 단위로 움직일 것임.

인간들의 목적은 정찰이므로 인간을 제압하면 그들이 수집한 데이터를 바이저에서 삭제하는 일을 가장 먼저 해야 함.

인간들의 개인 기본 무장은 HK-580 (7.62mm) 소총, 실탄 200발, S타입 세열 수류탄 4발, YH타입 대검, K23권총임.

인간들은 기본 무장 외에 전투 상황 정보 및 상대 병사의 정보를 눈 앞에 시현해 주는 V480 바이저 헬맷, 그리고 10미터 내에서 발사한 소총탄을 막을 수 있는 방탄커버를 착용함.

공격에 가장 취약한 부분은 옆구리와 허벅지 부분임.

V480 바이저 헬맷은 상대방의 형태를 50% 이상 확인해야 정확한 정보를 추출할 수 있으므로 상대의 시야에 다 드러나지 않도록 신속하게 기동해야 함.

폭풍대대 브라보 팀장은 이번 작전이 10번째이며, 부팀장은 12번째임.

다른 인간들의 작전경험은 모두 최소 4회 이상이며, 가장 많은 인간은 8회이고, 주특기는 의무(Medic)임.

각 인간의 신원은 가장 최근(10일 전)에 확보한 음성 데이터베이스와 모션 데이터베이스, 장비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파악함. 미리 메모리에 업로드해 둘 것.

이번 침투가 폭파나 지역확보가 아닌 초기 정찰이므로 팀장과 부팀장 외에 3번 인간을 먼저 무력화해야 함.

3번 인간의 계급은 하사, 왼손잡이이며, 키는 186cm, 체중 90kg, 100미터 달리기는 11.7초. 50미터 이내의 소총 사격 시에는 우상향으로 탄도가 치우치는 경향이 있음. K23권총 사격 시에는 25미터 이내의 50cm 크기의 목표물들을 모두 제압함.

악력 78, 펀치력 90, 복싱 및 유도에 능하므로 근접육박전은 좋은 선택이 아님.

2시간 이상 작전이 지속되면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오랜 시간동안 한 지역에 몰아넣는 작전도 유효함.

전파 차단 돔이 뚫린 이후에는 인간들의 통신체계에 침투하여 가족의 목소리로 통화를 시도할 것임. 1차 시도는 목소리만으로 , 그리고 바이저 침투까지 완료되면 각 인간들의 바이저에 가족의 얼굴을 재현하고 현혹시켜서 전투 의지를 떨어뜨릴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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